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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탐방

왓챠에 있는 일드 추천 (일드 입문자를 위한)

왓챠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영상 매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제작된 영상매체가 가장 다양한 것 같다.

아무튼 생각보다 왓챠의 인기가 시들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쓰는 글이다.

 

 

 

1. 언내추럴

 

일드 좀 봤다, 수사물 좀 봤다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언내추럴'이다.

노기 아키코는 최근 일드 작가들 중에 제일 폼이 좋은 작가인데, 그런 노기 아키코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일본 드라마에 발연기 배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언내추럴에 발연기 배우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이 '일드가 아니라 미드 같다.' 인데 일드 수사물은 많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NCIS 같은 드라마랑 비교해 본다면, 매회 주제가 달라지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 위주가 아니라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비슷하긴 하다.

 

개인적으로 2010년대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라고 생각함.

 

눈물빼고 혼빼는 에피소드만 나옴. 그리고 시의성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다. 특히 1화 보면 소름돋음.

보다 보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는 건 별반 다르지 않나 싶다.

 

보통 이런 에피소드 별로 주제가 달라지는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는 에피소드가 분명 하나씩은 나온다. 그런데 언내추럴은 꿀 케이크?, 학교 폭력?, 전염병?, 백야?하고 키워드를 던지면 상대가 바로바로 물어버린다. 그러곤 줄거리를 줄줄 읊음.

그만큼 밍숭맹숭한 에피소드가 없단 얘기.

 

 

 

 

 

 

 

 

 

 

 

2. MIU404

 

 

역시 노기 아키코의 작품으로(맞음. 나 노기 아키코 빠순이임.) 여성 서사에 주력하던 노기 아키코가 남자 투탑물을 가지고 와서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을 대변하는 에피소드와 서사가 있으니 꼭 보세요.

 

도쿄의 경찰 기동대를 다룬 이야기로 내 생각보다 일본의 기동대가 멀쩡해서 놀랐다.

 

 

 

 

이렇게 자전거 타고 다닐 줄 알았음.

 

 

 

참고로 나름 멀쩡하다는 거지 멀쩡한 건 아님. 무슨 메론차 타고 다님.

그리고 기동대라 초동수사에 중점을 둬서 수사 자체에는 전권이 없다. 그래서 속터지는 에피소드가 몇 개 있었다.

이 작품도 언내추럴처럼 일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언내추럴처럼 드라마가 쿨한 느낌이 있음. 펀쿨섹같은 쿨함이 아니라 감정 과잉이 잘 없는 느낌?

 

각키의 남편 호시노 겐이나 아야노 고의 팬이라면 꼭 보길.

호시노 겐은 멀끔하게 나오고, 아야노 고는 평소에 했던 배역이랑 정반대의 역할을 맡음.

나름 일본 유명한 작품들을 섭렵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아야노 고는 멀쩡해 보여도 음기 넘치게 나오거나, 아님 그냥 대놓고 음흉하게 나오거나 그랬음. 근데 여기서는 엄청 쾌활하게 나옴.

아야노 고가 연기는 참 잘하는 듯. 괜히 봉준호가 분노 보고 "저 걸어다니는 상처 같은 배우는 누구...?"하고 물어본 게 아니다.

 

 

 

 

 

 

 

 

 

3. 롱 베이케이션

 

 

 

 

 

포스터 화질이 왜 저래?하고 묻는다면 1997년작이라 그렇다고 답하리라. 

초심자에게 무슨 25년 전 드라마를 추천해?하고 의문이 든다면, 딱 2편까지만 보고 오길 바람.

 

로코 드라마계의 오만과 편견임. 그냥 고전이라는 뜻. 클리셰의 원조격 까진 아님.

 

애초에 소재가 너무 마이너하다. 반백수 여자와 피아니스트 지망생 남자의 로맨스...

심지어 여자가 7살인가 연상. 로코에서는 팔리기 힘든 소재라 생각한다.

근데 일본에서 당시에 공전의 히트를 친 것도 모자라, 동해바다 건너 살고 있는 20대 모 여성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지금 2030 여성들 앉혀서 이 드라마 보여주면 다 과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임. 

 

절대 삐까뻔적한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둘이 우연찮게 동거하게 된 집이 간지가 나긴하지만.

 

개인적으로 방황하고 있는 2030에게 추천한다. 왜냐면 주인공 커플이 인생에서 방향도 못잡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꿈만 쫓고 있는 남자와 진로가 불투명한 여자의 이야기임.

두 사람의 비주얼과 사는 집만 보면 공감하기 어렵지만, 두 사람이 삽질하는 걸 보면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세나의 서사를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드라마를 볼 때 미나미 같은 입장에 있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미나미에게 미친듯이 정이 갔다.

 

그리고 세나라는 캐릭터는 로코계의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미나미처럼 똥꼬발랄 여주인공은 참 많은데 세나처럼 박력없는데 매력있는 남주는 보기 힘듦.

애초에 설정상 7살 정도 나이차이도 그렇고 상대 배우가 야마구치 토모코였기 때문에 기무라 타쿠야가 뭔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세나의 짝녀에 대한 세나의 태도가 쿨했기 때문에 세나라는 캐릭터가 더 전무후무하게 느껴지는 듯. 보통 로코 혹은 로맨스라면 남자가 급발진해서 여자가 받아주는 그런 전개가 많은데, 세나는 급발진하면 캐붕되는 캐릭터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혈질 끼가 없는 로맨스 남주는 있어도, 보통 로코 남주들은 급발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통제 불가능함이 있음. 그런데 세나는 여자가 거절해도 절대 튕긴다고 생각 안 할 것 같음.

아무튼 대충 가부장적이지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될 듯?

 

야마구치 토모코와 기무라 타쿠야의 체격차이가 아쉽다 생각했지만 기무라 타쿠야가 순둥하게 생긴 얼굴이 아니고 날카롭게 생겼기 때문에 야마구치 토모코보다 덩치랑 키가 컸으면 뭔가 매력이 반감되었을 거 같음.

 

아무튼 이 드라마는 로코 좀 본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봐야 하는 드라마.

그리고 캐스팅이 미쳤음. 마츠 다카코랑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서브로 나온다.

지금은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 것 같지만 롱베케에서 비중있게 나온 조연들도 왜 대성을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넘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36cEbuLG94

이 영상보면 드라마 안 보고는 못 배길 듯.

 

 

 

 

 

 

4. 그래도 살아간다.

 

 

 

보통 일드에는 발연기 배우가 꼭 한 명씩 나온다. 발연기 배우가 안 나오더라도 모두가 신들린 듯이 연기하지는 않음.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모든 배우가 미친듯이 연기를 잘함. 각본과 연출도 정말 좋지만 이 드라마가 명작이 된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오타케 시노부가 연기한 한 장면은 모니터 너머의 내 방구석의 공기까지 바꿔놓았을 정도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무슨 장면인지 알 듯.

 

사카모토 유지 작품 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최고의 이혼과 마더이지만, 사카모토 유지 작품 중에서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으면 최고의 이혼 말고 마더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이혼은 일본 정서가 정말 진하게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주인공 부부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 계기를 한국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 드라마가 후져서 그런 게 아니고, 지정학적 이유 때문임.

그런데 문제는 저 주인공 부부가 말했듯이 저 주인공 부부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동일본 대지진이 아니면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이런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래도 살아간다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물론 그래도 살아간다 역시 소재는 마이너하다.

8살 아이가 살해당하고 십여년 후에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이 대면하면거 발생하는 갈등과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타당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납득이 된다.

 

14년 전 드라마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일단 주인공들 포함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 패션이 몹시 후져서 화질만 보정한다면 도대체 어느 시대에 저렇게 후지게 입었을까? 하고 감이 안온다.

그리고 세트도 엄청 현실적이다. 특히 에이타네 집 안방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리얼하다.

널부러져 있는 잡동사니하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느낌이 드라마를 더 생생하고 촌스럽지 않게 해준다.

미츠시마 히카리 집도 리얼하긴 마찬가지이다. 유난히 일조량이 구리고, 형광등을 켜도 햇빛만큼 밝지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구리구리함이 이 드라마를 촌스럽지 않게 만든다.

 

가슴깊은 여운을 남기고 싶다면 꼭 보세요...

 

 

 

 

 

 

 

5. 마더

to. 왓챠. 약 10년 전 드라마를 매주 2편씩만 푸는 이유가 뭐에요

 

 

 

왓챠가 찔끔찔끔 오줌 소태 걸린 것 마냥 드라마를 풀어주는 바람에 드라마를 온전히 리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이 드라마는 세상의 모든 모성애를 담고 싶은 듯 하다.

 

아이를 버린 엄마, 아이를 입양한 엄마, 아이를 유괴한 엄마, 아이를 학대한 엄마 등등, 엄마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엄마랑 보면 어떨까 싶었다.(근데 엄마는 자막 나오는 게 싫다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그런 생각, '저 학대 당하는 아이를 내가 키운다면?' 을 본격적으로 실행한 드라마이다.

물론 법적인 절차는 쌩깠기 때문에 모녀의 앞날은 가시밭길이지만 말이다.

 

사카모토 유지 작품이 다 그렇듯 이 드라마는 연기로 맞짱뜨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발연기 배우는 있는 듯 하다.(이런)

최고의 이혼을 보고 바로 마더를 봐서 그런지 오노 마치코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최고의 이혼에서는 친근하기 그지 없고 사람 좋은 역할로 나오는데 마더에서는 진짜 디멘터한테 영혼 빨린 아즈카반 죄수처럼 나온다. 최고의 이혼 보고 처음 알게 된 배우인데, 생각보다 많이 못 뜬 것 같다.

근데 이 정도 연기력이면 본인이 그렇게까지 대배우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솔직히 좀 많이 아쉬움. 보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랑도 작업했던데, 진짜 다양한 매체에서 보고 싶다.

 

아무튼 아시다 마나 역시 미친듯이 귀엽고 안쓰럽고 특히 초반에 나오한테 안겨서 오카상~하고 목 놓아 울 때 나도 같이 글썽거림.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를 너무너무 잘한다. 깜빡 할머니랑 있을 때랑 나오 엄마랑 있을 때랑 분위기가 달라짐.

참고로 이게 드라마의 핵심 포인트일 것 같다.(아님 말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모성애라는 주제 때문에 일드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형적으로 바람직하게 그려지는 모성만 다루지 않아서 좋았다.

(모성애가 아닌 모성이라 한 이유는 나중에 포스팅 하도록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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